04 세월은 무심하게도 흘러, 어느덧 이안이 하렘에 발을 들인지도 반 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하렘은 초창기의 북적한 분위기에서 차차 질서가 잡히는 모양새였다. 새로 들어온 하툰들도 자신의 자리를 잡아 갔다. 이안으로 말하자면 지위도 예법도 전부 주먹구구식이었던 예전이 더 마음에 들었지만, 한평생 황실 내에 몸담고 있던 사람으로써 조금이나마 질서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큰 불만 없이 수긍했다. 다만 신경쓰이는 것이라면 어머니가 보내시는 편지의 내용이었다. 어머니께서는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을 자신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셨지만, 행간 곳곳에 피로의 흔적이 보였다. 다 쓰려져가는 나라를 어떻게든 지탱하려는 지도자의 고뇌. 이안의 입안이 씁쓸했다. 만일 이교도들의 말대로 제국이 정말로 세계를 멸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