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 Gypsphilia’s garden 후기
2023. 8. 5.

오랫동안 염원하던 이안리키 덥크 캠페인! 단편세가 아니라 캠페인이다 보니 감상을 조금 정리하고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후기를 적어봤어요^///^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두서없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세션이 재미있었다! 입니다.

 

※아래 후기는 더블크로스 시나리오 Gypsophilia’s garden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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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에서 틀었던 일상곡.

자컾의 주력룰 컨버트. 타 룰 컨버트만으로도 좋은데, 자컾이 내가 즐겨 하고 사랑하는 룰 속으로 들어와준다? 꿈 속의 꿈이죠. 부끄럽지만 이안리키가 성사될 즈음부터, 이안이 덥크 PC상과 잘 어울리기도 하니 페어세로 덥크를 가면 좋겠다~ 하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티론님이 보여주시는 덥크라는 룰의 심상도 궁금했고요. 하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한 덥크가 19년도 크월트 입문캠페인이다 보니, 거의 재입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마스터님께 부담이 가중되잖아요. 후술할 내가 덥크라는 룰과 잘 맞는가? 라는 고민도 있었고요. 그래서 마음 한켠에 위시로만 품고 있었는데, 마티론님께서 선뜻 입문자용 3부작 캠페인에 이것저것 끼워넣어 5부작으로 제안해주셔서 소원달성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여튼 덥크 5부작이 확정되고 나서 정말로 신난 나머지 룰북도 사서 읽어보고 주변 지인분들에게 자랑 겸 레퍼런스도 여쭤보고 심상 잡으려고 J메탈곡도 듣고 그랬네요ㅋㅋㅋㅋ 주위에서 23년도에 덥크 룰북 읽는 트친 처음봤다는 반응이었어요 (당연함… 고인 JRPG탐라…) 신드롬 정하고 빌딩하는 것, 코드네임 짓는 것, 스탠딩을 지인분께 부탁드리고 세션카드를 만드는 것, 모두 하나같이 정말 즐거웠고, 즐겁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진짜… 3월 중반부터 좋아서 난리를 피운 거 같아요. 맨날 기대되는 세션 이야기하면 덥크캠이었으니…

 

덧니님께 공유받은 덥크플리.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그렇게 컨버트한 더블크로스의 이안 허드슨! 마티론님의 해석을 받아먹어 퓨어 우로보로스, 코드네임 구현자-INCARNATE-가 되었습니다. 코드네임 짓기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보통 오의명이나 마법명 같이 캐릭터 관련 고유명사는 캐릭터 구상단계부터 짜기 마련인데, 기존캐에게 코드네임을 찾아주는 건 정말 어려웠네요… 마치 픽크루를 정해놓고 새 캐를 짜는 건 쉽지만 기존캐의 캐디와 인상을 완벽하게 드러내는 픽크루를 찾기는 어려운 것처럼요. 이 코드네임은 기적의 현현, 기적에 형태를 부여하는 자, 라는 느낌으로 지었는데, 사실 이게 캠페인 내에서 잘 표현될지는 모르겠어요. PC가 기적을 일으킬 기회가 흔한 건 아니잖아요(…) 조금 더 무난한 걸로 해볼까도 했는데, 인간이기에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이안 허드슨에게 현현, 화신이라는 뜻의 incarnate 라는 단어가 너무 잘 어울려서 약간의 고집으로 이걸로 정했네요. 앞으로 4화 동안 한번이라도 기적이 일어날 여지가 있어주라! 제발! plz!!! (없으면… 만들어주시면 안될까요? 졸렬…..)

 

퓨우로라는 신드롬도 처음에는 의외의 픽이었는데, IC에 실린 설정을 읽다 보니 납득이 되더라고요. 먹어치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성장하는 진화의 뱀… 자신의 내면 안에서 변혁을 이룬다는 점에서 끝의 편린 때 이안의 컨셉으로 채용하기도 했고요. (그때는 덥크 컨버팅을 하게 될 줄 몰랐다…) 5화짜리 캠페인이기도 하니 기왕 하는거 아자토스를 제외한 13개 모든 신드롬의 이펙트를 카피해보자! 라는 원대한 계획도 꿈꿔볼 수 있었네요. 이렇게까지 다양한 걸 시도해보는 이유는… 빠르게 숙련되어서 우로보로스라는 신드롬을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어서… 다만 우로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험점을 붙여서야 1이 된 사회를 보면… 우로보로스도 못하는 게 분명히 있다는 거겠죠. 다른 몇몇 신드롬에 비해서는 능력치가 고르게 분배된 것 같지만… 모든 걸 잘할 순 없으니까… 교섭딜 안녕…

작고 귀여운 이안허드슨의 사회

교섭딜을 한다면 어떤 느낌이려나… 행동불능이 전투의지가 없는 상태라는 걸 생각해 보면, 본인의 엔헤같은 퇴마력으로 인간의 선의를 내뿜어서 크아악 빛이다 하고 구마시키지 않을까요? 그건 네게도 괴로운 길이야,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같은…. 그러네요, 왜 사회 1인지 알겠다.

 

D로이스 생환자도 적지 않은 고민 끝에 골랐었죠. 초기에 짤 때는 리키(신)의 버핑(신)이 그렇게 KAMI인줄 모르고 그래도 딜이 어느정도 나와야 하지 않나? 디로도 딜에 도움되는 걸로 채용할까? 하고 고민했어요. 그래도 생환자의 설명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우로인 만큼 추가 백트랙 굴림이 아예 의미없진 않을 거라는 판단하에 선택했네요. 사실 생환자의 플레이버 텍스트?를 보면 좀 더 베테랑같은, 사지에서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돌아오는 전장이 익숙한 에이전트를 겨냥한 게 아닌가 싶지만… 강하고 위태로운, 파괴적이기까지 한 기적을 표방했으면 살아 돌아오기 위해 생환자 정도는 달아줘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ㅋㅋㅋ 강한 의지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해내는 것(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다이스 추가로 3개 받기…) 자체가 이안 허드슨 답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오버드가 매번 살아 돌아오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 않나… 생환자의 루비인 리터너는 에너미 입장에서 봤을 때 조금 무서운 점도 좋고요. 이정도로도 안 죽는다고? 저 녀석 괴물이야…! 같은…ㅋㅋㅋㅋㅋ 이 D로 같은 경우는 이안의 마음가짐에서 기인했을 것 같아요. 본래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튼튼멘탈에 쿨건강 사고방식인 데다가 본인이라는 주관 또한 매우 강하죠. 캠페인에서 얼마나 유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디로는 컨셉으로 해버렸네요. 힘내줘 생환자!!

 

저 녀석, 괴물이야!

로이스는 사실 리키를 S로이스로 하고 싶었는데(ㅋㅋㅋ…) 아직 이야기 내에서도 만나지 못한 관계로 이번 세션에서는 취득하지 못했어요. 아쉬운 만큼 1화 시트에는 바로 S로이스로 적어놨답니다… 앗… 생각해보니 S로이스는 언제든 설정할 수 있다고 했으니 세션 중간에도 설정할 수 있던 건가?? 그럼 마지막 엔딩씬에서 S로이스로 할걸…!! 내 경험점 5점!!!!

 

이펙트와 콤보도 마스터님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작성해서, 이번에는 샐러, 키마의 이펙트를 커비해봤어요. 이안은 RC가 4로 제일 높긴 하지만, 역시 방금 각성한 상태면 RC보다는 손이 먼저 나가는 백병일 것 같았고, 샐러와 키마가 각성PC1에 어울리는 신드롬이라는 것도 의식했어요. 이지이펙은… 단순합니다. 리키 하는 일에 훼방 놓고 싶었어요. 왜일까요…마치 아빠가 청소기 돌리는데 콘센트 빼고 싶어지는 것처럼… 실제로 세션에서도 요긴하게 써먹은 이지이펙들이었죠^^7 우로 짱. 소거의호령 최고. 여튼 그렇게 완성된 시트를 두근두근 끌어안고… 저는 세션에 들어가게 됩니다!

시트 완성! 인장은 전에도 신세졌던 핑퐁님의 지원. 남고딩스러움이 포인트.

룰&시나리오

멘페. 마스터님이 페그오 안하셔서 다행이다.

 

더블크로스를 처음 해보게 된 건 19년도 가을, 크월트를 연달아 가는 캠페인을 통해서였어요. 세션은 정말 재미있었고 시나로도 제 pc도 기억에 오래 남았지만, 다인 덥크의 꽉 잡힌 구조나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 낮음 등으로 나와는 맞지 않는 룰이라고 단정짓고 있었거든요. 고민이 되는 지점 대부분에 대한 답이 1인 페어세가 될 것 같았는데, 실제로도 그랬어요.

틀이 확고하고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기도 하죠. 내가 확고하게 세션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펼칠 수 있는 룰 같았어요. 내용이 예측 가능하니 시야가 넓어져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읽기 쉬워졌고요. 내 pc의 반응과 선택이 어떻게 하면 더 의미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거죠. 항상 느끼는 거지만 TRPG에서, 특히 비밀핸아가 있는 세션에서 놓치기 쉬운 건 우리는 상대방을 놀래켜야 하는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공동창작을 한다는 부분 같아요. 물론, 이건 마스터이신 마티론님께서 마스터-플레이어 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려고 노력해주신 덕분에 더더욱 누릴 수 있단 이점이라고 생각해요.

 

더블크로스. 그것도 3rd.

덥크를 하다 보니 비슷하게는 같은 연출룰인 둘이서 수사가 떠올랐어요. 둘수사도 사실 알잇카 보면 플레이어(보통 탐정pl)이 이야기의 골자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주잖아요. 전투는 없지만, 판정 면에서 GM이 편의를 봐줄 수 있는 면도 많고요. 다만 둘수사가 예측 가능한 정답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비워뒀다면(←그리고 GM의 당근당근 바니바니에 맡겼죠) 덥크는 보다 세세하게 시나리오에서 씬을 제시한다는 차이점이 있겠네요. 여튼 이야기가 길었지만, 1인 캠페인을 통해서 덥크라는 룰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요. 아직 1화밖에 안 했지만!

 

이번 시나리오도 그렇고, 멘토링 콘체르토도 그렇고(셰잎 오브 러브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무서워보이던데) 마스터님께서 너무 평이한 시나리오라서 굴곡이 없을까봐 걱정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게 동시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걱정하는 지점은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지만요. 평이한 시나리오라는 것은 플레이어가 예측 가능한 고난이 온다는 것이고, 그럼 플레이어가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페이스 조절 또한 할 수 있다는 거죠. 5화쯤 되는 중편에서는 맞춤 자작 시나리오가 아닌 이상 내가 시나리오의 페이스에 맞춰야 할 때가 있고, 어느 시점에서 뭐가 올지 알고 있으면 거기에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지잖아요. 특히 꽉 잡힌 기성 시나리오의 경우 엔딩쯤 가면 플레이어 내지 캐릭터가 하고 싶은 것과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것이 완전 달라서 시나리오가 캐릭터의 성장을 전면 부정해버리는… … …… 경우도 있으니까, 빈 공간을 두고 내가 채울 수 있는 건 그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안리키는 시나리오가 꽉 찬 것보다 비어있는 것이 나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는 페어기도 하고요.

 

여쭤보는게 너무 늦은 거 같긴 한데… 공의 경계는 보셨나요? 안보셨다면… 안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시날인 집소필리아의 정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소꿉친구 시나리오에, 수학여행에, 조력자인 UGN소속 PC2에, 산속에 연락두절된 채 고립되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키리타니까지 나와줄 것 같은 정석적인 각성 시날이었어요. 눈앞의 위협도 명확했고, 해야할 일도 간결했죠. 다만 이 시나리오의 특징 중 이렇게 세션에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점이 있어서, 그 부분을 적어 볼까 해요. (제가 덥크 시날을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요. 다섯…개! 네요! 그마저도 세개는 기억이 안남…)

서정적인 심상인 안개꽃의 정원
  •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난 사건위기를 모면하며 각성하고, 키리타니 같은 UGN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힘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와중에 그숨어있던 흑막이 드러나 클맥에서 싸우게 된다! 가 이런 각성 시날의 정석적인 구조인 것 같은데요. 집소필리아의 정원은 이 과정이 단 몇 시간으로 압축되어서 몇 가지 과정이 빠져 있어요. 가장 중요하게는 힘에 익숙해진다, 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일상과 비일상이 섞이는 장면이라고 해야 하나… 해리포터로 치면 넌 마법사란다 해리! 이후에 해그리드가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두들리네의 눈초리도 받고 다이아건 앨리도 가고 새로워진 일상을, 동시에 자신의 새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요. 일단 힘이 주어졌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고, 소중한 사람들은 위기에 처했고, 쟤가 적인 건 확실하고. 이런 급류같은 흐름 자체가 이안 허드슨이기에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또 캐릭터성과 잘 어울렸어요.고민하고 흔들리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스킵했기 때문에 그 고민은 추후 캠페인의 다른 세션에서 조금 더 느린 호흡으로 다뤄볼 수 있는 소재가 되었네요. 급작스러운 변화였기 때문에 레니게이드에 대한 이안의 경계심도 높아졌고, 후폭풍이 더 세질 거라고 생각해요. 일상과 비일상을 어떻게 양립할 것이냐,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이 반동을 1화나 1.5화에서 다뤄보면 좋겠어요.

    사고로 각성하는 건 각성 시날에서 자주 등장하고, 그만큼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유명한 크럼블 데이즈의 버스kun이라던가… 죽을 위기에 처한 PC가 극적으로 각성하면서 살아 돌아오는 건 캐릭터에게도 플레이어에게도 ‘오버드란 대단하구나! 오버드가 되어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심어주죠

  • 조력자 PC2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건… 솔직히 PC2가 리키라서 어느정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ㅋㅋㅋㅋㅋㅋㅋ) 앞선 항목에서 이야기했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봐요. 우리는 산에 조난되었기 때문에 키리타니도 못 오고, PC2가 신원을 보증할 방법이 없어요. 세션 중반까지 이안이 리키를 경계하고 있던 가장 큰 이유가 ‘저 사람이 날 속이고 있으면 어떡하지? 사실 흑막과 한패고 나를 조금 더 쉽게 데려가려는 속셈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리키가… 그렇게 친절한 성격도 아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너미를 힐난하는 지점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어서, 가 아니라 능력이 떨어져서, 였기 때문에 이 불신과 경계는 점점 더 심화되었네요…
그야놀라지!!! 사람이 눈앞에서 죽으면!!!!!!
무서워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추후에 몇몇 부분은 로이스 취득-타이터스를 위해 무리한 부분도 있다고 하셨지만요. 두 번 맞추어야 죽일 수 있는 멍청한 놈이라고 했다고요!!!! 그러니까… 이안은 이 사람이 무엇을 위해 UGN에서 싸우는지, 사람들을 구하고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게 맞는지 헷갈리고 있어요. 이안은 결과보다도 원인과 과정에 집중하니까 이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고… 단순히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고 우월함을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상황이네요. (과시할만큼 대단한 능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요…) 리키가 들었다면 굉장히 억울한 의심이죠. 리키는 그 펄하자식들에게 그짓거리를 당하고 복수로 이를 싹싹 갈면서 펄하타도를 외치고 있는 사람인데…

이 부분은 아래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시나리오의 고립된 상황 자체가 이안의 리키에 대한 신뢰도를 빠르게 깎아먹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단편세션도 옴니버스도 아닌 캠페인이기 때문에 도리어 이렇게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갈등구조는 달갑네요.

  • 누군가의 의지로 PC1이 각성

세 번째는 위의 두 가지 사항들을 어느정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어요. 세션 후반부에는 PC1이 각성한 것이 안개꽃의 정원이라는 레니게이드 비잉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죠. 이 안개꽃의 정원은 PC에게 호의적인 NPC이기 때문에, PC는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실제로 PC1과 PC2가 만난 것도,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려준 것도, 위기의 상황에 PC들을 돕는 것도 안개꽃의 정원이고요. 그래서 PC1은 그로 인해 비일상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음에도 안개꽃의 정원에게 원망하는 마음은 그다지 없습니다. (통상적으로는요… 원망하는 PC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흥미로워요 하지만 그런 PC는 각성시날 PC1이 아니었겠지)

꽃말같은거 몰라도 됩니다.

누군가의 의지로 이 비일상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는 건 앞으로 오버드생을 살면서 나 스스로의 의지로 각성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의지 또한 짊어지고 살아가게 되는 거니까요. 세션 내에서 이안은 지금부터 안개꽃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안개꽃과 나의 염원은 하나가 되어 안개꽃의 소망은 나의 소망으로 어쩌구 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힘들 때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분명히 생각 날 거거든요. 지금까지는 그 의지와 소망을 끌어안아 자신의 것으로 품기로 결심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끌어나가느냐가 중점이 되겠네요.

세션

진여신5 해주세요. 근데 하시면 이브금 못쓸듯. tmi로 저는 이 브금이 나오는 전투를 울면서(진짜) 한시간 하고선 이지모드로 바꿨습니다.

이전에 페어세션을 하면서도 많이 받아봤던 마티론님의 마스터링은 언제나처럼 안정감있고 편안했어요. 제안을 하거나 질문을 하면 센스있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딱딱 짚어주셨고요. 그런 작은 부분들은 사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배려인데, 마티론님 마스터링의 편안함은 여기에서 나오지 않나 싶어요. 마스터는 세션에 많은 권한과 정보를 쥐고 있는 위치잖아요. 이 부분을 인지하지 않으면 자칫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티론님께서는 항상 이런 부분을 먼저 내려놓아 주시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서 배려받는다고 느꼈어요. 편안함(조금 더 포괄적인 범주에서는 안전함)은 즐거운 세션에 가장 바탕이 되는 부분인데, 이런 면에서 항상 마티론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마티론님의 숨은? 제가 알지 못했던? 재능… 그건 바로 쟈코롤플이었습니다.

아니… 저 마티론님이 이런 롤플 그렇게 잘하시는 줄 몰랐어요. 에너미롤플은 항상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되짚어보니 쟈코롤플은 할 일이 없었더라구요. 마기로기는 주로 흑막인 금서나 서적경만 나오고 똘마니들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재능을 숨기고 계셨다니?

재능이 있으십니다.

 

소위 말하는 ‘멋진 에너미’롤플은 대단하죠. 위계 높은 PC의 권위롤플도요. 하지만 권위의 최상단에 그런 롤플이 있다면 최하점에는… 쟈코롤플이 있습니다. 빛날때 빛나는, 간지나는 롤플이 중요한 만큼 저는 그걸 서포트해주는, 빛나야 하는 사람을 빛나게 해 주는 역할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이넘버 PC들이 있기에 로우넘버 PC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이런 ‘받아주는’, ‘서포트해주는’ 역할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자칫 전에 말씀하셨던 대로 에너미를 진심으로 얕잡아보거나 비꼬는 입장이 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물론 얕잡아보거나 비꼬는 RP는 저도 좋아하지만, 우리는 결국 무대 위의 배우 같은 거잖아요. 주인공 배역을 맡은 사람이 악당 역할을 맡은 사람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게 아니라요. 저는 마티론님께서 이런 PC를 빛내주는 역할의 쟈코롤플도 진심을 다해 해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반대로 권위롤플을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캠페인을 하면서 마티론님의 쟈코를 포함한 어떤 롤플을 보게 될까 기대되네요!

 

이번에 딱 하나 틀었던 페5 스트라이커즈 ost

전에도 몇 번인가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세션에서는 브금 선정권이 제게 있었죠.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저는 브금이라도 제가 컨트롤 할 수 있으면 대단히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정말로 감사한 처사였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제가 덥크의 심상을 잘 모르는 상태라서 소위 말하는 덥크스러운 브금은 잘 못 들고 온 것 같아요. 페르소나 시리즈 브금 잘 틀 자신은 있는데… 이번 시나리오가 서정적인 분위기였잖아요. 그래서 원래 맨날 하던 시노비/카미가카리 심상으로 간 것 같아요. 페이트, 공의경계, 진여신… 다음 화는 학원물이니까 좀 더 학원물! 스러운 브금들을 틀 수 있을까요?

 

또 하나 걱정되었던 부분은 플레이어다 보니 브금을 그때그때 찾느라 브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찾고>들어보고>틀고 하는 과정에서 딜레이가 있었어요. 이게 제가 마스터면 그런가보다 하고 플레이어가 롤플 하는 동안에 찾았을 텐데, 플레이어가 이렇게 브금 뒤적거리고 있으면 마스터 입장에서는 세션과 롤플에 조금 더 집중해줬으면 할 것 같거든요. 이부분은 제가 미리 분위기별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해보는 등 개선의 여지가 있겠어요…

 

전투! 저는 고백할 게 하나 있어요… 아직… 덥크 전투 묘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RC… 키마 완수같은건 손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뻗어났다 이렇게 하면 될거같은데 덥크의 레니게이드 바이러스란 대체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지… 어떤 성질을 가진 어떤 존재인지 감이 안 잡히기에… 저는 제가 룰북에서 읽은 것과 가장 비슷한 레퍼런스를 상상해봤습니다.

바로… 수성의 마녀 데이터스톰인데요(ㅋㅋㅋㅋㅋㅋ) 아니 보세요

 

1)내 몸이 아닌 부분을 나의 의지를 가지고 영역제어함

2)어디서나 존재하되 스코어를 높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음

3)파르메트 스코어를 과도하게 올리면 돌아올 수 없게 됨

 

………레니게이드 바이러스 아닌가? 덥크 초보자인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그치만… 비슷…하지않나? 네… 미래의 제가 절 수정해주겠죠… 그래서 세션 중 묘사가 음…? 싶었던 게 있다면 제가 어떻게 하는 줄 몰라 수마녀를 레퍼런스로 잡았기 때문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능성이 높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긴 말 않겠습니다. 리키의 버핑은 신입니다. 리키도 신입니다. 햐…달다.

페어

 

이 이야기 쓰려고 시작한 후기인데 서론이….. 기네요. 이 AU의 이안리키도 무척 즐길 구석이 많아요. 우선 우리가 거쳐온 수많은 AU들과 다르게 둘 사이에는 사회정치경제구조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말로 하면, 둘이 싸우면, 정말 서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싸우는 겁니다. 얼마나 깔끔해요! 저 이런 깔끔함 너무 신선하고 마음에 들어요. 이안리키는 서로 대립되는 것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상징을 배경에 녹여내면 적어도 나라 하나는 팔아먹거나 말아먹지 않는 이상 이어질 수 없는게 흔하잖아요. 눈앞에 스쳐지나가는 혁명군… 탈하렘… 개찬…

 

물론 저는 그런게 너무 좋아서 일년 365일정도 먹고 있긴 하지만, 가끔씩은 담백한 맛이 땡기기 마련이죠. 게다가 이 세계관에서의 갈등(이라고 해봤자 이안이 리키를 탐탁찮게 생각하는 정도지만)은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연적일 것 같아요. 위에 언급한 이안이 리키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만 생각해 봐도요. 이안은 지금 리키의 능력주의를 경계하고 있지만, 그 경계는 리키의 진심을 알게 되면 금방 풀릴 거에요. 그 진심은 단순하게는 리키의 과거 이야기를 듣거나 같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고요.

[메인] 리콰이드 던 : 그저 한 번 웃어보일 따름입니다.

[메인] 리콰이드 던 : 중요한 것은, 이미 전해두었으니.

[메인] 리콰이드 던 : 그가 알아서 써먹겠지요.

[메인] 리콰이드 던 : 100↑ 【Support Process : Rutin】 《어드바이스(5)+약점간파(4)》 | 메이저 / 〈교섭〉 / 자동 / 단독 / 시야 / - | 다이스 5 / 크리치 -1 / 공격력 12 / 침식 7 | 다음에 대상이 사용하는 메이저 액션의 크리티컬치를 -1(하한치 6), 그 판정의 다이스를 +5, 그 라운드 동안 공격력 +12.

[메인] system : [ 리콰이드 던 ] 침식률 : 117 → 124

[메인] 이안 허드슨 : 그 웃음을 보고 마주 웃음으로 답해요

[메인] 이안 허드슨 : "당신 말이야..."

[메인] 이안 허드슨 : "열받네."

[메인] 리콰이드 던 : "호오...."

[메인] 리콰이드 던 : "그렇지만 유용하지."

[메인] 이안 허드슨 : 그 말에 한 번 더 고개를 젖히고 웃어요

[메인] 이안 허드슨 : "그래서 더욱."

[메인] 리콰이드 던 : 뒤에서 계속 웃음을 지은 상태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메인] 리콰이드 던 : 잘 쓰잖아.

[메인] 리콰이드 던 : 그가 그리 예상했듯이.

[메인] 리콰이드 던 : "나와 행동을 같이 한다면,"

[메인] 리콰이드 던 : "같은 뜻을 가진다면,"

[메인] 리콰이드 던 : "경의를 담아, 최선을 다한 지원을."

[메인] 리콰이드 던 : 그리고 자신은, 그 어떤 이도 맛보지 못할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메인] 리콰이드 던 : D로이스, 특권계급 발동.

[메인] 리콰이드 던 : 그랜드 마스터의 셀, 타이터스 승화.

[메인] 리콰이드 던 : 승화 효과, 크리티컬치 -1.

[메인] 리콰이드 던 : 이안에게 사용.

[메인] 리콰이드 던 : 이안의 귓가에, 이안의 머리에,

[메인] 리콰이드 던 : 수많은 정보가 아로새겨집니다.

[메인] 리콰이드 던 : 그가 가지고 있을 최선의, 질 좋은, 그가 모아들인, 황금과도 같은, 모든 정보들이...

[메인] 리콰이드 던 : 이안이 가장 쓰기 좋은 느낌으로 제련되어 당신에게 전달됩니다.

[메인] 이안 허드슨 : 웃음소리가 들려오면, 이안도 덩달아 들뜨기 시작합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이겠지, 분명.

[메인] 이안 허드슨 : "아까 했던 말, 똑같이 돌려줄게."

[메인] 이안 허드슨 : "난 당신과 같은 뜻을 가질 것 같지도, 당신과 같은 시선을 공유하지도 않을 거야."

[메인] 이안 허드슨 : "그렇지만, 나는 당신에게 유용하겠지. 틀려?"

[메인] 리콰이드 던 : "그래. 유용하지."

[메인] 이안 허드슨 : "그럼 됐어. 멋모르는 애송이 취급당하는 건 이쪽에서도 사양이거든."

[메인] 이안 허드슨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리콰이드에게 등을 보인 채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하….맛있어

 

이렇게 AU중에서 가장 담백하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 놓고 두드러지게 N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가장 사이 안 좋은 AU지만 (^^7) 5화에는 무사히 고백하고 차이는 걸로 엔딩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안은 리키에게 탐탁찮음만 느끼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분명히 거절하고 비일상의 세계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 호텔로 갔는데, 정작 눈앞에 서니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대신 한 질문을 하게 되었죠. 당신은 언제 오버드가 되었냐고요. 그 시점부터 이안에게 리키는 단순히 UGN의 지부장이나, 능력주의에 거만한 오버드가 아니라 사람처럼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지점부터, 이안은 리키에 대한 호기심으로 비일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기로 결심하죠. 당신을 알고 싶어,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 라고요.

마치며

페그오 안하셔서 정말 다행이다

 

 

설정이 하나둘씩 정립되는 과정에서 덥크 세계관 속 이안과 리키의 모습도 구체화되었는데, 그래서 캠페인 시작 전부터 하고 싶었던 장면들이 있었어요. 커비…라던지, 캠페인 전체적으로는 5화 마지막에서 차이고 싶다! 는 것이요ㅋㅋㅋㅋ 1화가 끝난 지금은 이것저것 살이 덧대져서 졸업식 날에 차이면 좋겠다던지, 어느 시나리오는 어느 시즌이었으면 좋겠다던지, 그 사이의 일상 파트에 대해서도 다양한 욕망들이 구체화되고 있네요. 이건 캠페인인 만큼 일부러 가열차게 한 점도 있어요… 단편도 그렇지만, 저는 캠페인에서는 더더욱 플레이어 스스로 마스터가 써먹을 훅이나 소재,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 등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채워야 할 곳이 많다 보니 시나리오나 마스터님께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캠페인이 아니면 이런 건 언제 해보겠어, 하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 조형도 비슷해요. 저는 캠페인이면 더욱 캐릭터에게 한 세션 내에서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는 장기적인 욕망을 주는 편인데(친부모를 만나고 싶다, 나의 어머니가 될 여자를 찾고 있다 등) 이안 허드슨은 이런 욕망이 옅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눈앞의 단기적인 욕망은 아주 강한 캐릭터지만요(죽고 싶지 않다, 저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호흡을 가늠해보기 위해 비어있는 공간을 플레이어의 욕망으로 채워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절대 짧지 않은 캠페인이니 더더욱이요. 이안 허드슨은 상황이 들이닥치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간해내는 캐릭터니, 그 상황까지 갈 수 있는 길을 다채롭게 꾸며 보고자 했어요. 시즈널 배경이나 이벤트는 약간의 플레이버 텍스트 같은 거니까요.

 

이렇게 캠페인과 캐릭터 조형,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제가 적극적으로 사건이나 장면을 제안하고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라는 것을 설명드리기 위함이에요. 플레이어가 이것도 하자, 저것도 하자, 하면 마스터 입장에서는 충분히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정말 하고 싶다는 걸 다 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고(ㅠㅠ) 브레인스토밍처럼 소재를 제시하면서 의도에 대해 소통하려는 것이니 제가 제안한 것은 얼마든지 그대로 사용하거나, 정제 및 가공하거나, 이야기의 호흡이나 마스터님의 손에 맞지 않으면 내려두셔도 괜찮아요. 포틀럭이나 야미나베 같이 이거 어때요?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져오는 거고,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하면 단순히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 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결국 이야기를 모으는 것은 마스터님의 권한이고, 비단 그것이 아니더라더도 참가자 전원이 즐길 수 있는, 즐겁자고 하는 놀이니까요.

캠페인은 (야미)나베가 아닐까요

앞으로도 비일상파트 4화와 일상파트 3번이 남은 시오미즈 캠페인! 기대되어요. 이만큼의 후기를 또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만육천자가 되었지만… 캠페인 마스터링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다음엔 드디어 두근두근 1화, 퍼스트 스텝으로 뵈어요!!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