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3rd Gravitia Cosmos 후기
2023. 8. 4.

프리플레이

19년도에 덥크를 입문하고 햇수로 5년만에 재입문하는 사람이 있다! 낯선 더블크로스의 세계를 배회하다 탐라에서 선뜻 마스터링을 제안해주신 코다 님과 그런 저희 둘에게 납치당해주신 덧니님 덕분에 저는 다시 따끈한 배신을 맛볼 수 있었어요. 아래는 플레이 중에 제대로 타래를 세우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남기는 짧은(강조) 후기에요. 트위터 타래의 정리된 버전이다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래는 언데드(@lil_undead_kp)님의 더블크로스 시나리오 Gravitia Cosmos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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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 상정 각성 PC1 시나리오니 보통 입문자가 각성을 하겠지요… 하지만 각성이란 어떻게 하는 걸까요?? 각성롤플도 난이도 높지 않아요? 차라리 뒷번호에 앉아 훗… 역시 PC1쿤이야 너라면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어… 하는 게 더 허들이 낮지 않을까요? 그렇게 디엠방에서 울었지만 자자 초심자분 각성하셔야죠 하고 수프를 떠먹여지며 저는 그 주에 각성을 두 번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석적인 쥬브나일 소년만화 PC1을 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피를 토하는 체질이기 때문에 항상 PC1 자리를 맡게 되면 어떻게 내가 굴릴 수 있는 캐릭터로 소화시킬지를 고민해요. 정석적이지 않아도 PC1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캐릭터. 마침 예에전에 PC1이 마나카의 아버지인 크럼블 데이즈 PC의 이야기를 탐라에서 봤던 게 떠올라서, 어수룩하고 정이 많은 아저씨 캐릭터로 노선을 잡았네요.

시골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살다가 몇 년 전에야 도시로 상경한 오카바시 호즈미. 대대로 이어온 가업인 우동집의 분점을 운영하고 있고, 실은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것을 수필 쓰기라는 취미로 어필하고 싶었어요. 정이 많아 우동집 단골 손님 아이들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곁에서 지켜보다 보면 불안해져서 이 사람 사기라도 당하는 거 아냐, 하고 생각하게 되는 인물. 그러면서도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올 때는 다리가 후덜덜 떨리더라도 여기는 아저씨한테 맡기고 도망쳐!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선한 어른으로 이미지했어요. 더불어 우동집이라는 공간이 시나리오 로이스나 PC2하고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면 좋겠다~ 하면서 설정했고요.

시나리오 로이스인 이웃의 어린아이는 … 마스터님께서 주문을 받으시길래 냅다 페그오의 보이저를 레퍼런스로 부탁드렸어요ㅋㅋㅋㅋ 종잡을 수 없고 엉뚱한데 가끔씩은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신비로운 꼬마 아이. 여기서 고백하자면 사실 저는 보이저를 인게임 스토리에서 만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관상과 주워 들은 지식으로 대충 그렇겠거니 때려맞췄습니다. 제가 조금 더 잘 아는 이런 상의 인?외? 소년?의 레퍼런스는 페르소나5 로얄의 조제네요. 관상을 보면… 딱 그대로에요. 마스터 님께서도 완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셔서, 역시 심상 공유에 오타쿠데이터베이스는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ㅋㅋㅋ

페르소나 5 로얄의 조제. 그냥… 아시겠죠.

 

세션

그렇게 해서 들어간 세션은… 사실 이 인선의 특이한 점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코다님과 덧니님과 제가 셋 다 뚜렷한 취향을 가지고 있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컨텐츠로 삼는 진풍경이었어요. 메인탭에서 김치향이 폴폴 나면 잡담탭에서 이야 이분 김치찌개 맛있네~ 하면서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었어요. 또 서로의 김치찌개가 뚜렷하게 달랐기 때문에, 서로 다른 취향들이 버무려지면서 더 즐거운 세션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 더 늦어지기 전에 PL과 GM님에 대해서 짧게 코멘트해볼게요!

 

우선 덧니님과 PC2 코하루 스즈메! 코하루는 덧니님이 더블크로스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덧니님의 간판 오버드라고 들었는데요, 그런 친구가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각성 PC1을 돕는 선배 오버드가 되었다니 이번에 처음 본 저도 괜히 뿌듯하고 대견한 것 있죠. 똑 부러지고 명랑한 성격이라 제 어수룩한 아저씨 PC1과도 성격 합이 좋았던 것 같아요. 스즈메도 바로바로 행동에 옮기는 성격이라, 호즈미가 주춤하고 있을 때 먼저 뛰쳐나와주는 장면들이 둘의 대조를 이루어서 좋았어요. (신야를 안아주는 장면이라던가요) 스즈메가 선배로써 자신감있게 호즈미를 이끌어줄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앞선 8편의 시나리오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스즈메의 덧니님 김치향은 클맥에서 드러나는데요… 스즈메는 D로이스 전투용 인격의 소유자잖아요. 그런데 이 전투용 인격이 정말… 평소 스즈메의 성격과 유사한 점이 있으면서도 과격해서요, 역시 덧니님의 간판 PC구나~ 하고 말았어요. 그러면서도 아군은 확실하게 챙겨 주는 점이 감동이었고요. 역시 전투용 인격 스즈메를 못 봤다면 스즈메의 반쪽만 본 게 아닐까요? 스즈메 본인은 전투용 인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ㅋㅋㅋ

 

다음으로 GM을 맡아주신 코다님! 코다님과 세션을 한 지도 오랜만이었네요. NPC를 굴리다가도 어느순간 스멀스멀 올라오는 코다님의 익숙한 김치찌개 향… 코다님이 잘 하고 즐겨 하시는 롤플을 또 주고받을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설마 레니빙과 졈 사이에서 미묘한 삼각관계(일본어 발음 유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ㅋㅋㅋㅋ 그치만 코다님 이런 롤플 너무 자연스럽게 숨쉬듯 하시는걸요. 잡담탭에도 완전 짝짝 맞게 추임새를 넣어 주셔서 삼각관계 일본BL 연하공(2?명?) 아저씨아방수물을 하면서 내내 즐거웠어요. 그치만 내 주위에 숨어 있었던 나와 관계를 맺은 FH에이전트 어떻게 안 좋아해요… 그런 거 거의 저 가지라고? 잘해보라고? 주는 그런 거 아닌가요?

 

더불어서 NPC로 적절한 장면 적절한 구도를 만들어 주셔서, 플레이어, 특히 PC1로써 하고 싶은 장면이나 대사를 팍팍 칠 수 있었어요. 필요한 대사와 장면을 만들어주는 힘… 역시 코다님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장면 연출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장면으로 연출할까요? 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시는 것도 좋았고요. 시날을 까 봤는데 정말 장면의 골자만 적혀 있었는데, 그 빈 공간을 코다님께서 열심히 당근바니 해주셔서 다같이 채워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며

두 분과 세션한 지는 오래되었는데 정말 취향을 알고 있다는 건 커다란 익숙함 같아요. 덕분에 편안하고 즐겁게 세션했어요… 호즈미는 앞으로 선배 스즈메 아래에서 신야와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나가겠죠. 다시 일상이 위협받기 전까지는요… 굳세어라 오버드! 두 분 모두 고생 많으셨고 다음에 언젠가 또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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