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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허드슨과,

Jinnt 2024. 11. 5. 00:04

https://youtu.be/pKNEx-9OqRM?si=3Vc0vYCZNM4m4y_q

 

이안 허드슨은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오며 숨을 몰아쉬었다. 다행히도 그는 익숙한 곳에 있었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현관. 리콰이드의 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리콰이드와 그의 집이었지. 리콰이드가 이곳에 살았다는 사실은 곧 지워질 테지만 말이다.

 

심부름센터를 떠올린 것은 사라져가는 리콰이드에 대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떠올려보려는 발버둥에서부터였다. 다락방의 옛 짐 속에서 그는 아주 오랜 세월이 빛바랜 전단지를 발견했다. 이곳에는 리콰이드가 없다. 더 이상 리콰이드를 떠올려보려고 해도, 세계에게 미움받는 마법사는 그 자리를 좀먹힐 뿐이다. 그렇다면 마법사가 아닌 리콰이드를 찾으러 가자. 그들에게 리콰이드가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물어보자. 그렇게 하면 무엇이라도 알 수 있겠지.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겠지.

 

오래 전, 나는 당신에게 구애하고자 이 심부름센터를 열었다. 아, 젊은 열망이여. 열병 같은 사랑이여. 그때의 나는 지독히도 순수했고 지독하리만치 집요했다. 그 때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알고 있다. 지금의 이안 허드슨은 알고 있다. 그 길의 끝에는 페허밖에 없었다는 것을.

 

무엇이 잘못된 걸까.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다. 우마무스메의 이안이 가지고 있었던 신선한 투지. 빛의 전사였던 이안이 가지고 있었던 열정과 불굴의 정신. 하툰의 이안이 가지고 있었던 이해와 양보의 자세.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실패했을 때, 그럼에도 삶을 짊어지고 나아가는 오토즈레 이노리의 강인함.

 

나에게는 그 어느 것도 없구나, 그는 깨닫는다. 과거를 받아들일 포용력도, 현재를 살아갈 정신력도, 미래로 나아갈 희망도.

 

현관 문을 연다. 이 현관에서 수없이 당신을 반겼고, 당신 또한 나를 수없이 반겼다. 그러나 오늘 그럴 일은 없다. 이안은 현관을 지나쳐 집으로 들어서기 직전 걸려 있는 거울 앞에 멈춰 선다. 그러고는 무엇에 홀린 듯이 안대를 푸른다.

 

ⓒ벌금

 

거울 속의 남자는 지쳐 보인다.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안은 그것이 바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당신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알고 싶었어. 그래서 당신에게 구애하던 나의 행동을 스스로 모방했어. 다른 평행세계의 내가 당신을 어떻게 여겼는지라도 들으면 알 것 같았어. 당신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러나 그 모든 일을 불사하고 내가 깨달은 진실은 말이야, 리콰이드.

 

그는 거울에서 몸을 돌려 환한 빛이 들어오는 창 쪽으로 나아간다. 거울에 손자국이 길게 늘어진다. 느지막한 오후의 햇빛 속에서 빛먼지가 춤을 춘다. 현대적으로 꾸며진 인테리어. 자신의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은 이미 다른 누군가의 취향으로 덧씌워지고 있었다. 그래, 나는 아직도 당신이 내게 무엇인지…

 

“모르겠어…”

 

빛이 유리창에 부딪쳐 만들어내는 광채가 눈부셨다. 그것이 리콰이드 던을 기억하는 검은 바다의 인도자의 마지막 고백이었다.